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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전을 다녀갔다 한식집을 들렀다
코로나 이후 자영업이 많이 기세가 줄은 터라
식당가가 한산한 것이 이내 없어질까 은근 걱정이 되던 터였다

닫힌 가게들을 헤치며 거리 끝에 닿으니 한식집 하나가 있다
백반을 중심으로 각종 찌개며 두루치기를 하는 집이다.
메뉴가 여럿이니 전문성이 없을테고 깨끗하지만 바닥이 오래 되었으니 인테리어를 바꿀 만큼 장사가 잘 되었던 집이 아닐테니 음식맛도 그저 그럴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냥 그저그런 백반 한상이 8천원이다
다른걸 먹을걸 그랬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 남김없이 뚝딱하고 별 인사없이 가게를 나왔다

이렇게 먹어서야 점심을 먹었다고 볼 수도 없었다.
좋은 것을 먹은 것도 아니고 배불리도 먹은 것도 아니다.
이리 될 바에야 차라리 있으나 마나한 그런 모양이었다.

식당을 나온 채로 다른 가게들을 살펴 보았다
아뿔싸.
그 곳은 그저 절묘한 입지로 장사를 버티고 있는 집이었던 것이다.
조금 더 다니자 좋고 사람이 가득한 가게들이 계속 드러났다.
저런 것을 먹고 점심이라고 배를 두들겼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렇다고 새로운 점심을 억지로 만들어 세우자니 그것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어서 이내 체념하고 돌아섰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으리라.
건물을 나와 강남역으로 가보기로 했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기후동행카드다.
덜거덕거리는 게임 씨디를 기분좋게 어루만지며 마을버스에 올랐다.
서울의 마을버스는 여느 시골의 마을버스와 규모나 역할이 차이가 있다. 서울의 마을버스는 정말 좁은 지역을 다람쥐 챗바퀴 돌듯 빙글빙글 도는 놀이동산 관람차를 엎어 놓은 양 좁은 지역을 왕복한다.
속도도 느리거니와 정거장 간격이 좁아서 이건 가는 지 서 있는지도 구분이 안될 것 처럼 덕덕거리며 정차문을 열어댄다.
서울 나름의 정감가는 모습이기도 하고, 시간많고 빌빌거리며 다니길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에는 찰떡처럼 들러붙는 코스가 아닐 수 없다.

강남역 9번출구에 내리다. 마을버스는 역시 그 이름처럼 이제 돌아갈 채비를 하며 U턴을 돌고 있었다. 뭐 얼마나 왔다고 돌라가냐마는 서울의 마을버스는 원래 그런 것이었다.

강남역에서 딱히 할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 어처구니 없는 점심을 먹은 채로 그래도 집으로 향했다간 너무 원통해서 쓰러질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내리자마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로 들어섰다.
강남의 도로는 곧게 뻗어 있어서 길을 잃거나 잘못 들 수 없는 구조이지만 평소에 자주 다니지 않는 거리라서 사람 없는 거리로 다니다나 웬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에 그저 사람 많은 곳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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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오줌 풀
국내도서
저자 : 김남구
출판 : 시문학사 200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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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oda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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